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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14 02:31

콰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하늘 높이 떠오른 카게야마의 모습을 봐라 봤을 때에는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는 줄 알았다.

가슴 한구석에선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이상야릇한 감정 들과 희열감에 심장박동수는 미친 듯이 빨라져만 갔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건 심장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내 두 눈은 빠른 속도로 땅으로 떨어지는 그의 모습을 하나라 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심장박동수를 따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세 번 가량의 크고 작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콘크리트 위로 천사가 추락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천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양의 붉은 선혈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나 보다. 눈을 떴을 땐 카게야마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초점 없는 두 눈과 마주쳤을 땐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 이유는 평소 나를 바라보던 그의 두 눈 속엔 벌레 보는듯한 하찮고 더럽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지금 카게야마의 초점 없는 두 눈동자 속엔 아무 감정 없는 순수하고도 평온한 느낌으로 나와 두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 토비오짱은 날 얼마나 흥분 시키려고 그렇게 바라보는 거야"

세상을 다 가진듯한 여유 있는 느린 발걸음으로 피에 흥건히 물들어가는 카게야마의 곁으로 다가갔다.

피로 엉켜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는 붉은 피를 조심스레 닦아낸 후 작은 미동조차 없는 그를 안 아들었다.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에는 머리에서 흘러내린 붉은 피로 범벅이 되어갔으며 두 색깔은 오묘하게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평소 건방지고 배짱이 넘치던 눈빛은 온대 간대 없고 풀 릴 대로 풀려버린 검은 두 눈에는 살짝만 건들 여도 떨어질 듯 한 피와 섞여버린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의 눈을 한참 바라본 후 얼굴 아랫부분으로 눈을 돌렸다. 평소엔 야무지게 닫혀 있던 입은 살짝 벌어져있었고 벌어진 입안에 자리 잡은 하얀 이에는 검붉은 피와 타액으로 뒤엉 켜 있었다.

최고였다.
말 그대로 너무 아름다웠다.

그렇게 엉망진창이 된 카게야마의 모습에 실소한 웃음과 함께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짧게나마 축 처진 카게야마의 모습을 이리저리 감상하고 있는 도중 한 남성이 차에서 허겁지겁 내리며 나와 카게야마 곁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남자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겁에 잔뜩 질려있 었다.

역겨웠다.
저렇게 추잡한 모습을 하고선 카게야마의 곁으로 다가오려고 하다니...

남자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벌벌 떨어가며 말을 이어 나갔지만 지금 내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왜냐면 들을 필요도 없는 더러운 목소리였으니까...

... .. 학생... 생이 뛰... ... 어 들었던 거야! ... ... 정말 아무 잘못도 없다고!”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겁에 질릴 대로 질려버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남자였다.

... 정말이지, 짜증 날 정도로 시끄러워...
당신 때문에 평소엔 구경하기조차 힘든 토비오짱의 무방비한 얼굴에 집중할 수가 없잖아

남자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재쳐두고 카게야마만 연신 쳐다보았다. 그런 내 모습에 남자도 화가 났었는지 흥분한 목소리로 빽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이봐 학생, 사람 말은 듣고는 있는 거야? 한시라도 빨리 병원 으로 옮겨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죽어, 죽는다고!”

죽는다는 말만 계속 반복하는 남자

그제야 남자의 말이 하나씩 귀에 들어왔다. 나와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벌벌 떨고 있는 남자를 향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당신 말이야 뭔가 큰 착각하고 있는 거 같아서 한마디 해주는 건데, 병원으로 옮겨봤자 소용없어, 당신도 보면 알 거 아냐, 이미 죽었어 토비오짱은...”

남자는 뭔가에 세게 얻어맞은 듯 한 표정을 지으며 숨죽인 채 나와 카게야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향해 한심하다는 뜻의 미소를 지어주며 다시 카게야마에게로 눈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변함없이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너란 녀석은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건지

그리곤 귀신에게 홀린 듯이 무의식적으로 카게야마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한참을 계속... 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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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액체가 카게야마의 얼굴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 얼굴 위로 한두 방울씩 떨어 지던 눈물은 어느 순간부터 소나기가 오듯 툭툭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입은 웃고 있는데 머리와 심장은 아니었나 보다. 서서히 안면이 굳어가면서 웃고 있던 입은 점점 일그러져만 갔고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오열에 섞인 목소리로 그 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 댔다. 흔들면 흔들수록 그의 몸은 힘에 의해 이끌려 축 처진 채로 이리저리 움직일 뿐 이였다. 그렇게 한참을 흔들 어 대다가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카게야마의 떨구어진 고개 를 다시 들어 올려 얼굴을 마주하고 그를 향해 천천히 입을 때어냈다.

토비오짱, 그거 알아? 평소에는 너는 날 피하기 바빴고 두 번 다시 자기 앞에 나타나 주지 말아달라고 무릎 꿇고 빌었 잖아. 근데 오늘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먼저 연락해 와선 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며 만나자는 소리를 들었을 때 의 내 기분, 너는 아마 모를 거야. 아니, 안 다해도 모르는 척 하고 있었겠지. 근데도 그걸 알면서도... 난 너를 만나게 되 면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계 속 고민하고 또 고민했단 말이야..."

그의 얼굴을 보며 말하는 동안 가슴속에서 또 한 번의 미친 듯이 벅차오르는 감정에 주체 못해 눈물을 쏟아냈다. 한참 을 그래 울다 심호흡 연신해대며 마음을 한번 더 추수려 잡 았다. 그리고 카게야마에게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울 먹이며 계속 이어나갔다.

네가 나한테 주고 싶다는 선물 이란 게 이런 거였어? 토비오짱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잔인하잖아, 네가 주고 간 이 선물은 내겐 너무 벅차서 받아들이기 힘든 거란 말이야, 이걸 나보고 어떻게 감당해 나가라는 건데..."

대답 좀 해줘 토비오짱... 아무렇지도 않게 죽을 만큼 내가 싫었던 거야? 그런거야?

차갑게 식어버린 그를 향해 계속 말을 걸었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 그 런 카게야마를 내 가슴팍 안으로 집어넣은 채 그의 이름을 작게 부르면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멀리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귓가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세상은 새하얗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빈틈없이 새하얗게 물든 세상 을 바라봤을 땐 내 기억은 거기에서부터 끊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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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2014.04.14
Posted by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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